마곡에 펼쳐진 작은 세계

서울 강서구 마곡광장에 세계 여러 나라의 문화와 이웃의 일상이 어우러진 작은 세계가 펼쳐졌다. 2026년 10월 24일 토요일 열린 ‘제11회 강서구다문화축제’는 음악과 춤, 전통의상, 음식, 공예 체험을 통해 서로 다른 문화를 가까이에서 만나는 자리였다.
강서구가 주최하고 강서구가족센터가 주관한 올해 축제의 주제는 ‘동행이 좋多, 다채로움을 담多’였다.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지닌 가족과 지역 주민이 한 공간에서 만나 함께 보고, 만들고, 먹고, 응원한다는 행사의 취지가 주제에 고스란히 담겼다.
행사장은 흐린 날씨에도 활기를 띠었다. 파란색과 흰색 천막이 광장을 둘러쌌고 세계 여러 나라의 국기가 바람에 흔들렸다. 무대에서는 음악이 이어졌으며, 체험 공간에서는 아이들이 작품을 만들었다. 가족들은 손을 잡고 부스를 오갔고 음식 준비에 나선 운영진의 움직임도 분주했다.
이번 행사는 강서구가족센터가 2026년 1월 22일 곰달래문화복지센터에서 내발산동 센터스퀘어발산으로 확장 이전한 뒤 처음 개최한 다문화축제라는 의미도 더했다.
청소년의 음악으로 연 축제
오전 10시 40분, 강서구 다문화청소년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의 식전 공연이 축제의 시작을 알렸다. 흰색 연주복을 갖춰 입은 청소년들은 바이올린과 첼로 등 각자의 악기를 들고 무대에 섰다. 연주자들은 악보를 바라보며 서로의 소리에 맞췄고, 서로 다른 악기에서 나온 음색은 하나의 선율로 이어졌다.
객석에서는 가족과 시민들이 무대를 바라봤다. 휴대전화로 공연을 촬영하는 관객도 있었고, 자녀의 연주를 지켜보는 부모들은 박수로 응원했다. 이어 무대에 오른 합창단은 나란히 서서 노래를 들려줬다.
말이 달라도 함께 듣고 즐길 수 있는 음악은 다문화축제의 문을 여는 데 잘 어울리는 공통의 언어였다. 청소년들이 호흡을 맞춰 완성한 연주와 합창은 서로 다른 문화가 조화를 이루는 축제의 방향을 자연스럽게 보여줬다.
다양한 가족을 격려한 개회식
오전 11시에는 공식 개회식이 열렸다. 국민의례와 내빈 소개에 이어 모범부부 다섯 쌍에 대한 표창이 진행됐다. 표창은 백년해로 부부상, 어울림 부부상, 한마음 부부상, 나눔 실천 부부상, 다둥행복 부부상으로 구성됐다.
수상 부부들은 무대에서 꽃다발을 받고 가족과 함께 기념사진을 남겼다. 부모의 손을 잡고 선 아이들과 수상자 곁을 지킨 가족들의 모습은 가족의 형태가 서로 달라도 함께 살아가며 마음을 나누는 가치는 같다는 점을 보여줬다.
진교훈 강서구청장의 인사말과 내빈 축사도 이어졌다. 개회식의 마지막에는 ‘희망박 터뜨리기’가 진행됐다. 희망박이 열리는 순간 객석에서 박수가 쏟아졌고 여러 관객이 그 장면을 촬영했다. 공식 개막과 함께 광장 곳곳의 공연과 체험도 본격적으로 활기를 띠었다.
20개국 전통의상이 만든 무대
개회식 뒤에는 세계 전통의상 패션쇼가 열렸다. 서울문화예술대학교 모델학과 학생들과 뮤즈아트컴퍼니 모델들이 참여해 20개국의 전통의상을 선보였다.
붉은색 드레스와 금빛 장식이 돋보이는 옷을 비롯해 나라별 특징을 담은 의상이 차례로 등장했다. 모델이 바뀔 때마다 무대의 색과 분위기도 달라졌다. 관객들은 의상의 문양과 색감, 장식, 착용 방식에 주목하며 각 나라의 고유한 미적 표현을 살펴봤다.
전통의상은 단순한 볼거리에 머물지 않았다. 서로 다른 지역에서 이어져 온 생활 방식과 문화가 옷의 형태로 드러났고, 관객들은 한자리에서 여러 나라의 전통문화를 비교해 볼 수 있었다.
음악과 춤으로 이어진 세계문화
세계문화 공연에서는 여러 지역의 음악과 춤이 잇달아 소개됐다. 남미 안데스 음악을 연주하는 ‘티티카카’가 평소 쉽게 접하기 어려운 악기와 선율을 들려줬다. 안데스 음악이 광장에 울려 퍼지면서 패션쇼와는 또 다른 방식의 문화 교류가 시작됐다.
태국 전통춤과 중국 고쟁 연주, 중앙아시아 전통춤, 우크라이나 출신 연주자들의 현악기 공연도 이어졌다. 어떤 관객에게는 고향을 떠올리게 하는 익숙한 음악이었고, 다른 관객에게는 처음 만나는 소리와 몸짓이었다. 공연이 끝날 때마다 관객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각 나라의 문화는 서로 다른 모습으로 무대에 올랐지만, 공연을 지켜보고 박수를 보내는 광장의 반응은 하나로 모였다.
어린이의 시선을 사로잡은 풍선쇼
어린이 관객의 관심이 집중된 순서는 풍선쇼였다. 빨간 모자와 파란 멜빵바지, 커다란 빨간 신발을 착용해 슈퍼마리오의 마리오를 떠올리게 하는 공연자가 무대에 등장하자 아이들의 시선이 한곳으로 모였다.
길쭉한 풍선이 공연자의 손에서 움직이며 여러 모양으로 바뀌자 무대 앞에 모인 아이들은 손을 높이 들고 환호했다. 놀란 표정으로 무대를 바라보는 아이, 손뼉을 치는 아이, 두 팔을 들어 반응하는 아이가 어우러졌다. 부모들은 아이들의 반응을 바라보며 함께 웃었다.
풍선쇼는 별도의 설명이 없어도 몸짓과 변화만으로 즐길 수 있는 공연이었다. 다양한 언어와 문화적 배경을 지닌 가족들이 같은 장면에서 웃음을 나누며 축제의 분위기를 더욱 밝게 만들었다.
직접 만들며 배우는 세계문화
광장을 둘러싼 체험마당에서는 어린이와 가족이 손으로 만들며 세계문화를 접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운영됐다. 각 천막에서는 나라별 문화 요소를 반영한 공예 활동이 진행됐고, 참가자들은 완성품을 축제의 기념품으로 가져갈 수 있었다.
네덜란드 부스에서는 전통 나막신인 클롬펜 모양의 열쇠고리를 꾸몄다. 참가자들은 작은 나막신에 원하는 색을 더해 각기 다른 작품을 완성했다. 중국 부스의 ‘늘어나는 용 만들기’에서는 종이를 접고 색을 입혀 움직이는 용을 만들었다. 아이들은 테이블에 앉아 손끝에 집중했다.
라틴아메리카 마라카스 만들기와 러시아 마트료시카 만들기, 여러 나라의 모자 만들기도 마련됐다. 재료와 제작 방식은 달랐지만, 참가자들은 직접 손을 움직이며 각 문화의 특징을 자연스럽게 살펴볼 수 있었다.
세계 여러 나라의 국화를 그려 넣는 비닐우산 꾸미기에서는 투명한 우산 위에 나라를 대표하는 꽃들이 하나씩 채워졌다. 아이들이 색칠하는 동안 부모들은 재료를 건네거나 작업을 지켜봤다. 서로 다른 꽃이 한 우산 안에 모이는 과정은 여러 문화가 한 지역사회에서 조화를 이루는 축제의 모습과도 맞닿아 있었다.
스탬프로 이어진 문화 탐방
체험마당에서는 부스를 둘러보는 재미를 높이기 위해 스탬프 행사도 운영됐다. 참가자는 체험 부스를 방문할 때마다 도장을 받을 수 있었고, 다섯 곳 이상 참여하면 행운 룰렛을 돌릴 기회를 얻었다.
여러 프로그램을 마친 학생들의 스탬프 용지에는 부스별 도장이 차곡차곡 채워졌다. 행운 룰렛 앞에는 가족과 학생들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렸다. 룰렛이 돌아가는 동안 아이들은 결과가 나올 때까지 눈을 떼지 않았다.
스탬프 행사는 참가자들이 특정 공간에 머무르지 않고 다양한 나라의 체험을 고르게 경험하도록 연결하는 역할을 했다. 경품을 기다리는 즐거움과 여러 문화를 직접 접하는 과정이 하나의 동선 안에서 이어졌다.
가족의 마음을 확인한 미션
가족이 함께 참여하는 ‘가족사랑 미션 수행’도 마련됐다. 몸으로 하트 만들기, 서로 눈 맞추기, 포옹하고 토닥여 주기처럼 어렵지 않지만 가족 간의 표현과 교감을 이끌어 내는 활동으로 구성됐다.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는 가족이라도 서로를 오래 바라보거나 안아 주는 기회는 많지 않을 수 있다. 행사에 참여한 가족들은 간단한 동작을 함께 수행하며 서로의 마음을 표현했다. 축제가 문화 소개뿐 아니라 가족 관계를 돌아보는 시간까지 제공한 것이다.
인근에는 가족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손 글씨로 적는 ‘느린 우체통’도 설치됐다. 참가자들은 종이 앞에서 잠시 생각을 정리한 뒤 한 글자씩 마음을 적었다. 빠르게 주고받는 디지털 메시지와 달리, 직접 쓴 편지는 표현할 말을 고르고 기록하는 과정 자체에 의미를 더했다.
다름을 존중하는 인식 개선
다문화 인식 개선 부스에는 ‘산티네 집에 놀러 갔어요’와 ‘달라도 괜찮아!’라는 두 편의 만화가 전시됐다. 만화는 서로 다른 나라의 음식과 옷, 생활방식을 가진 친구들이 만나 차이를 이해하고 가까워지는 과정을 담았다.
전시에는 ‘서로의 문화를 존중하면 우정이 자라나요’라는 문장도 소개됐다. 문화적 차이를 낯섦이나 거리의 이유로 삼기보다 서로를 알아가는 출발점으로 바라보자는 뜻이 어린이도 이해하기 쉬운 이야기로 전달됐다.
응원 메시지 게시판에는 시민들이 작성한 글이 빼곡하게 붙었다. 분홍색과 노란색, 초록색 종이에 적힌 짧은 문장들이 모여 하나의 큰 장면을 만들었다. 서로 다른 색의 종이가 함께 어우러진 게시판은 이날 축제가 전하려는 포용과 존중의 가치를 시각적으로 보여줬다.
음식으로 만난 세계의 일상
먹거리마당에서는 여러 나라의 대표 음식이 소개됐다. 일본 오코노미야키, 중국 쥬차이허즈, 베트남 퍼보, 태국 팟카파오무쌉, 필리핀 룸피아, 튀르키예 케밥을 한자리에서 맛볼 수 있도록 부스가 구성됐다.
각 부스에는 나라별 국기가 걸렸고, 낯선 음식의 이름과 특징을 살펴볼 수 있는 안내판도 마련됐다. 운영진은 주문에 맞춰 음식을 준비했고 방문객들은 메뉴를 고른 뒤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테이블에 앉았다.
부모가 아이에게 음식을 건네고 가족이 함께 먹을 메뉴를 살펴보는 장면이 곳곳에서 이어졌다. 이름과 조리법은 달라도 음식을 나눠 먹으며 대화하는 모습은 익숙한 가족의 일상이었다. 음식은 낯선 문화를 어렵지 않게 만나고 이해하도록 돕는 가장 친근한 문화 체험 가운데 하나였다.
먹거리마당 주변에서는 러시아와 우즈베키스탄, 아프리카 공예품 판매 부스도 운영됐다. 마트료시카 인형을 비롯해 장식품과 인형, 가방, 액세서리 등이 진열됐다. 물품마다 각 지역의 색감과 문양, 생활문화가 드러났다. 다문화 바자회에서는 여러 식품과 생활 물품을 판매해 행사장의 볼거리를 더했다.
다문화 가족이 만든 슈퍼스타 G
오후 2시부터는 다문화 가족 장기자랑 ‘슈퍼스타 G 강서’가 열렸다. 전문 공연팀을 감상하던 앞선 순서와 달리, 이 무대에서는 다문화 가족과 참가자들이 직접 주인공이 돼 재능을 선보였다.
총 10개 팀이 참가하도록 구성된 장기자랑에는 중국 전통 변검과 노래, 줌바댄스, 베트남 전통춤, 한국무용, 벨리댄스, K POP 댄스 등 다양한 공연이 준비됐다. 참가자들은 각자 연습한 노래와 춤, 전통예술을 관객 앞에서 펼쳤다.
강서구가족센터 다문화가정 어린이들로 구성된 K POP 댄스팀 ‘뮤즈’도 무대에 올랐다. 중국과 필리핀 등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을 지닌 어린이들이 K POP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을 바탕으로 모인 팀이다.
이들의 무대는 다문화가 부모 세대가 지닌 전통문화에만 머무르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줬다. 다양한 배경을 지닌 아이들이 현재 한국에서 함께 즐기는 음악과 춤을 배우고 무대에 오르는 모습 역시 오늘날 지역사회의 다문화 풍경이었다.
장기자랑에서는 관객 투표로 최우수상과 우수상, 장려상을 선정했다. 결과를 집계하는 동안에는 지난해 최우수상 수상자인 이지연 양과 세계문화 공연팀의 특별공연이 진행됐다. 참가자에게는 준비한 재능을 선보이는 무대가, 관객에게는 이웃을 직접 응원하는 시간이 됐다.
흐린 날씨에도 밝았던 광장
행사 당일에는 구름이 하늘을 덮었지만 축제의 움직임은 이어졌다. 체험 부스에서는 어린이들이 작품을 만들었고 먹거리마당에서는 가족들이 음식을 나눴다. 무대 앞 관객들은 공연 순서가 바뀔 때마다 자리를 지키며 출연자들에게 박수를 보냈다.
광장에서는 아이의 손을 잡고 걷는 보호자와 유모차를 끌고 이동하는 가족, 친구들과 체험 부스를 둘러보는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어울렸다. 결혼이민자 어머니와 자녀가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여러 프로그램도 운영됐다.
언어와 문화가 달라도 아이가 즐거워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부모의 표정과 가족이 음식을 나누는 모습은 다르지 않았다. 낯선 문화가 소개되는 공간이었지만, 광장에서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함께 걷고 웃고 기다리는 익숙한 가족의 풍경이었다.
지역사회가 함께 만든 문화 동행
이날 축제는 다른 나라의 음식을 맛보고, 낯선 악기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전통의상을 살펴보고, 작은 공예품을 직접 만드는 활동으로 채워졌다. 복잡한 설명에 앞서 보고 듣고 만지는 경험을 통해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도록 구성됐다.
누군가에게는 처음 접하는 특별한 문화 체험이었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자신의 고향과 익숙한 문화를 이웃에게 소개하는 자리였다. 어린이는 체험에 참여하고 부모는 곁에서 함께했으며, 공연자는 무대에서 문화를 선보이고 운영진은 방문객을 맞았다.
행사장에 마련된 공연과 체험, 경품, 음식 공간은 강서구가족센터 관계자와 자원봉사자, 후원기관과 참여 업체의 손길을 통해 운영됐다. 각자의 역할이 더해지면서 마곡광장은 하루 동안 여러 나라의 문화와 지역 주민의 일상이 만나는 공간으로 바뀌었다.
제11회 강서구다문화축제가 보여준 핵심은 분명했다. 서로 다른 문화는 거리를 만드는 조건이 아니라, 함께 배우고 즐기며 지역사회를 더욱 다채롭게 만드는 자산이라는 점이다.
2027년 5월을 기약하다
행사 중 진행된 퀴즈에서는 다음 다문화축제의 개최 시기가 2027년 5월로 소개됐다. 정확한 날짜와 장소는 이날 확정적으로 제시되지 않았다.
2026년 축제의 마지막까지 운영본부 관계자들은 행사장을 오가며 가족과 시민을 맞았다. 공연이 끝나고 체험이 마무리되는 동안에도 광장에는 가족과 이웃이 함께 만든 밝은 분위기가 남았다.
강서구가족센터는 서울 강서구 공항대로 302 센터스퀘어발산 2층에 자리하고 있다. 센터의 공개 연락처는 대표 02-2606-2017, 상담 02-2606-2015, 다문화 02-2606-2037이다.
작은 광장에 펼쳐진 큰 세계는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한 지역에서 만나 웃고 배우는 하루를 완성했다. 제11회 강서구다문화축제는 문화적 다양성을 일상의 즐거운 경험으로 연결하며, 가족과 이웃이 함께 성장하는 강서구의 지역 공동체 모습을 보여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