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빛 화음 전국을 울리다

송파의 은빛 목소리 전국 정상에 서다
송파구립실버합창단이 제4회 울산전국합창경연대회에서 전 부문 통합 대상을 차지했다. 시니어 부문에 한정된 수상이 아니라 남성·혼성, 여성, 시니어 부문을 아우른 본선 참가팀 가운데 최고 성적을 거둔 결과다.
2026년 9월 12일 울산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열린 이번 대회는 한국음악협회 울산광역시지회가 주최했다. 치열한 예선을 통과한 전국 20개 합창단이 3개 부문 본선에 올라 기량을 겨뤘다. 송파구립실버합창단은 젊은 성인 단원들로 구성된 합창단들과 같은 무대에서 경쟁해 대회 최고상인 울산광역시장상과 상금 1천만 원을 받았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합창단들의 노래가 이어진 공연장은 참가자와 관객의 긴장감으로 채워졌다. 무대에 오른 단원들은 지휘에 시선을 모으고 서로의 호흡을 살피며 준비한 화음을 펼쳤다. 최종 시상에서 송파구립실버합창단의 이름이 대상으로 불리자 단원과 지휘자는 눈물을 보이며 수상의 기쁨을 나눴다.
먼 후일과 가시리로 완성한 무대
송파구립실버합창단은 본선 자유곡으로 김소월의 시를 바탕으로 한 먼 후일과 고려가요를 현대적인 화음으로 풀어낸 무반주곡 가시리를 선보였다. 서로 다른 정서를 지닌 두 작품을 통해 섬세한 표현과 치밀한 합창 역량을 함께 드러냈다.
가시리는 반주 악기의 도움 없이 41명의 목소리와 호흡으로만 공연장을 채운 곡이다. 5개 파트로 시작해 곡의 중간 부분에서는 최대 12개 파트로 나뉘는 고난도 구성으로, 일부 구간에서는 2∼3명의 단원이 각기 다른 소리를 정확하게 내야 했다. 반주가 없는 만큼 어느 한 파트의 음정이 흔들려도 전체 화음에 곧바로 영향을 줄 수 있어 세밀한 연습이 요구됐다.
단원들은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정규 연습 뒤에도 자발적으로 남아 반복 훈련을 이어갔다. 박훈 지휘자는 직접 소리를 들려주며 발성과 음정을 다듬었고, 단원들은 각자의 비브라토를 절제하면서 여러 목소리가 하나처럼 들리는 화음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본선 무대에서 가시리가 울려 퍼지는 동안 객석은 노래의 흐름을 따라 조용히 집중했다.
먼 후일 역시 시니어 합창단이 소화하기 쉽지 않은 작품으로 소개됐다. 본선에서는 송파구립실버합창단을 포함해 여러 팀이 같은 곡을 선택했다. 평균 연령 67세인 송파구립실버합창단은 시가 품은 애절한 감정을 깊이 있게 표현하며 완성도 높은 무대를 만들었다. 합창단 측에 따르면 심사 과정에서도 연령을 넘어선 작품 소화력과 표현력을 높이 평가받았다.
30년 넘게 이어온 송파의 합창 역사
송파구립실버합창단은 1993년 전국 최초의 구립 실버합창단으로 출범했다. 3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정기연주회와 지역 문화축제, 이웃을 위한 위문 공연 등에 참여하며 송파구를 대표하는 문화예술단체로 활동해 왔다.
합창단은 송파구민회관 정기연주회를 비롯해 한성백제문화제와 벚꽃축제 등 지역의 주요 무대에 올랐다. 관내 노인대학 입학식과 돌봄이 필요한 이웃을 찾아가는 재능기부 공연에도 참여하며 구민과 가까운 곳에서 노래를 전했다. 지역 무대에서 오랫동안 쌓은 경험과 단합력이 이번 전국대회 성과로 이어졌다.
현재 합창단은 송파구에 거주하는 여성 단원 41명으로 구성돼 있다. 소개된 현재 활동 기준은 만 56세 이상 71세 이하이며, 단원들의 평균 연령은 67세다. 신규 단원 선발과 관련해서는 매년 1월 오디션 공고를 내고 2월 심사를 진행하며, 별도로 소개된 선발 연령은 60세부터 70세까지다. 세부 지원 자격과 선발 기준은 해당 연도 공고에 따라 확인할 필요가 있다.
매주 쌓아 올린 정교한 화음
합창단은 매주 월요일과 수요일 오전 10시 30분부터 낮 12시 30분까지 두 시간씩 정기 연습을 진행한다. 연습 장소는 송파구청 7층 옥상 가건물에 마련된 합창단 연습실이다.
연습이 시작되면 단원들은 악보와 지휘자의 손짓에 집중한다. 박훈 지휘자가 발성과 소리의 방향을 세밀하게 짚고 장지혜 피아노 반주자가 호흡을 맞추면, 30명이 넘는 단원들이 같은 박자와 음정을 향해 목소리를 모은다. 파트별 구간을 여러 차례 반복하면서 서로의 소리를 듣고 부족한 음정을 보완하는 과정이 이어진다.
긴장감만 흐르는 것은 아니다. 지휘 과정에서 가벼운 웃음이 번지기도 하지만 노래가 다시 시작되면 단원들의 표정과 시선은 곧 악보에 모인다. 음 하나와 박자 하나를 맞추는 반복 훈련 속에서 각기 다른 목소리가 점차 단단한 화음으로 정리된다. 전국대회 통합 대상은 오랜 활동 경력과 매주 이어진 꾸준한 연습이 함께 빚어낸 결실이다.
문화예술로 이어가는 활기찬 노년
송파구는 올림픽공원과 석촌호수를 비롯한 녹지·휴식 공간과 함께 어르신들이 배움과 예술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문화 기반을 갖추고 있다. 송파구립실버합창단은 이러한 환경 속에서 여가에 머무르지 않고 적극적으로 문화예술에 참여하는 활동적 노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수상은 시니어 부문 우승을 넘어 모든 부문의 참가팀과 경쟁해 거둔 결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나이와 관계없이 높은 수준의 작품에 도전하고, 치밀한 훈련을 통해 예술적 완성도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사실을 전국 무대에서 입증했다.
송파구가 이어온 문화예술 지원과 지역 인프라도 합창단의 지속적인 활동을 뒷받침했다. 단원들은 지역 축제와 정기공연, 재능기부 무대를 오가며 실력을 쌓았고, 그 과정에서 주민들과 문화적 교감을 이어왔다. 이번 통합 대상은 합창단의 노력과 함께 지역 문화예술 활동을 꾸준히 지원해 온 송파구 정책이 맺은 값진 성과로 평가할 수 있다.
국내외 무대로 이어지는 도전
송파구립실버합창단은 2026년 4월 폴란드 브로츠와프에서 열린 LG에너지솔루션 초청 공연에 참여해 기립박수를 받았다. 전국대회 이후에도 일정을 이어가며 2026년 10월에는 한성백제문화제 무대에 오를 계획이다.
2027년 6월에는 세계 여러 합창단이 함께하는 크루즈 합창대회 출전을 목표로 새로운 무대를 준비한다. 이어 2027년 11월에는 정기연주회를 선보일 예정이다. 국내 지역축제와 정기공연을 넘어 해외 합창단과 교류하는 무대까지 활동 영역을 넓혀가겠다는 구상이다.
41명의 단원이 함께 만든 은빛 화음은 세대의 경계를 넘어 전국 무대의 최고상으로 이어졌다. 송파구립실버합창단은 앞으로도 오랜 경험과 꾸준한 훈련을 바탕으로 지역사회에 따뜻한 노래를 전하고, 송파의 문화적 역량을 알리는 활동을 계속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