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방에서 피어난 K뷰티

조선의 피부 처방과 오늘의 K뷰티
허준박물관 3층 기획전시실에서 특별전 ‘K-Beauty, 처방에서 일상으로’가 열린다. 조선시대의 화장 문화부터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오늘날의 K-뷰티까지, 우리나라 피부 관리 문화가 변화해 온 흐름을 한자리에서 보여주는 전시다.
전시장에는 피부 트러블 관리에 사용한 약재와 약재 가공 도구를 비롯해 모두 40여 점의 자료가 소개된다. 전시의 중심에는 얼굴과 피부에 나타난 변화를 몸속 건강 상태와 연결해 살펴보고, 약재 처방을 통해 피부를 다스렸던 조선시대의 지혜가 놓여 있다.
얼굴빛으로 살핀 몸속 건강
전시실에 들어서면 ‘동의보감’에 담긴 ‘명당부위’ 그림이 먼저 눈길을 끈다. 명당부위는 몸속 오장의 상태를 얼굴의 특정 부위와 연결해 살펴보는 방식이다.
이 그림에서는 이마를 심장, 코를 비장, 뺨을 간과 폐, 턱을 신장에 해당하는 부위로 보았다. 얼굴빛과 얼굴에 나타난 변화를 관찰해 오장의 건강 상태를 살피려 했던 것이다. 몸 안의 상태가 얼굴과 피부의 바깥 변화로 드러난다는 관점이 당시의 피부 관리와 처방에 반영됐음을 확인할 수 있다.
‘동의보감’ 속 피부 관리는 단순히 외모를 꾸미는 데 머물지 않았다. 얼굴과 피부의 변화를 몸 전체의 상태와 연결해 이해하고, 알맞은 약재 처방으로 이를 다스리는 의학적 접근이 바탕에 있었다.
손으로 움직이고 약재로 다스리다
얼굴 각 부위를 손으로 움직여 몸 전체의 순환을 돕는 ‘안마도인’도 소개된다. 귀를 당기거나 이마와 눈을 문지르는 방법을 통해 얼굴 관리와 몸의 순환을 함께 살폈던 모습을 보여준다.
전시장에는 율피와 익모초 등 피부 관리에 사용한 약재가 놓여 있다. 약재를 가공할 때 쓰인 약연과 맷돌도 함께 전시돼 처방이 실제로 준비되는 과정을 이해하도록 돕는다.
당시 기록에는 주름과 미백, 피부 트러블 등에 활용한 약재와 처방이 담겼다. 피부 관리가 처방과 의학의 영역에서 출발해 점차 일상생활 속에서 몸을 돌보고 가꾸는 문화로 이어졌다는 흐름이 전시 자료를 통해 드러난다.
태평성시도에 남은 단장의 일상
세안과 목욕, 화장으로 이어진 생활 속 가꿈의 문화는 조선시대 풍속화인 ‘태평성시도’에서도 확인된다. 이 그림은 성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여러 생활 모습을 담고 있다.
작품 속에는 머리를 손질하거나 몸을 씻고 단장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등장한다. 거울과 빗을 판매하는 상점도 묘사돼 있다. 이러한 장면은 조선시대에도 외모를 정돈하고 단정한 몸가짐을 갖추는 일이 일상의 한 부분이었음을 보여준다.
약재를 활용한 피부 처방과 세안, 목욕, 화장은 서로 동떨어진 문화가 아니었다. 몸을 건강하게 돌보는 일과 외모를 정갈하게 가꾸는 일이 생활 속에서 맞닿아 있었던 셈이다.
화장용기에서 박가분까지
전시는 조선시대에 머물지 않고 근현대 화장 문화와 오늘날의 K-뷰티까지 변화의 폭을 넓힌다. 코리아나 화장박물관이 소장한 조선시대 화장용기와 화장도구가 전시되며, 우리나라 최초의 국산 화장품으로 알려진 ‘박가분’도 만날 수 있다.
조선시대 화장도구와 근현대 화장품을 함께 살펴보면 피부 관리와 단장 방식이 시대에 따라 어떻게 달라졌는지 자연스럽게 비교할 수 있다. 도구와 제품의 형태는 변했지만, 몸을 돌보고 아름다움을 가꾸려는 생활문화가 이어졌다는 점이 전시의 흐름을 관통한다.
초창기 뷰티 잡지도 소개된다. 아름다움을 가꾸는 문화가 특정한 처방이나 도구의 범위를 넘어 일상생활에 자리 잡아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자료다. 전시물은 조선의 의학적 피부 관리에서 근현대의 화장 문화로, 다시 오늘날 세계의 관심을 받는 K-뷰티로 이어지는 변화를 차례로 펼쳐 보인다.
여용국전이 전하는 아름다움
몸을 씻고 단장하는 이야기는 조선시대 고전소설 ‘여용국전’에도 등장한다. 여용국전은 화장도구를 사람처럼 표현한 의인화 작품이다. 깨끗이 씻고 몸가짐을 단정히 하는 일이 아름다움의 바탕이라는 조선시대 사람들의 생각이 담겨 있다.
전시실 한편에는 여용국전과 관련된 동화책을 비치한 책상이 마련돼 있다. 관람객은 동화책을 통해 옛사람들이 생각한 단장과 아름다움의 의미를 보다 쉽게 접할 수 있다.
수많은 거울로 꾸민 거울방도 관람객을 맞는다. 약재와 고문헌, 화장용기와 잡지처럼 시대의 흔적을 담은 전시물 사이에서 거울방은 오늘날의 관람객이 자신을 마주하는 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처방이 일상의 가꿈이 되기까지
이번 특별전은 ‘동의보감’의 처방에 쓰이던 약재와 몸을 돌보는 지혜가 어떻게 일상의 가꿈으로 이어졌는지를 보여준다. 얼굴빛으로 건강을 살핀 명당부위, 손으로 얼굴을 움직인 안마도인, 피부 관리에 사용한 약재와 가공 도구가 그 출발점을 이룬다.
이어 태평성시도 속 세안과 단장 장면, 조선시대 화장용기와 화장도구, 박가분과 초창기 뷰티 잡지가 시대의 변화를 연결한다. 관람 동선에서는 피부 관리가 의학적 처방의 영역에서 생활 속 가꿈의 문화로 확장되는 과정이 차분하게 이어진다.
전시 장소와 기간
| 전시명 | K-Beauty, 처방에서 일상으로 |
|---|---|
| 전시 기간 | 2027년 2월 14일 일요일까지 |
| 전시 장소 | 허준박물관 3층 기획전시실 |
| 주요 전시 | 동의보감 관련 자료, 피부 관리 약재와 가공 도구, 태평성시도, 조선시대 화장용기와 화장도구, 박가분, 초창기 뷰티 잡지, 여용국전 관련 동화책, 거울방 |
박물관 옥상에는 쌍안경을 갖춘 전망대도 조성돼 있다. 전시 공간에서 조선시대 피부 처방과 단장 문화의 변화를 살펴본 뒤, 옥상에서는 주변 풍경을 바라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