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복 입고 되찾은 청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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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복 입고 되찾은 청춘

가락2동 행복한 청춘학교

서울 송파구 가락2동의 어르신들이 옛날 교복을 입고 학창 시절의 추억을 되살렸다. 가락2동주민센터가 마련한 행복한 청춘학교 5회차 프로그램이 2026년 10월 2일 한성백제박물관과 올림픽공원 조각공원 일대에서 진행됐다.

행복한 청춘학교는 혼자 생활하는 취약계층 어르신의 외로움을 덜고 이웃 간 관계를 형성하도록 돕는 맞춤형 복지 프로그램이다. 가락2동은 취약계층 가운데 1인 가구 비율이 약 69%에 이르는 지역 상황을 고려해 주민들이 희망온돌 따뜻한 겨울나기에 보탠 후원금으로 사업을 마련했다.

단순한 여가 활동을 넘어 홀로 지내던 어르신들이 서로 안부를 묻는 관계를 만들도록 돕는 것이 프로그램의 핵심이다. 앞서 참여한 1기부터 3기 수료생 가운데 일부는 과정이 끝난 뒤에도 만남을 이어가며 이웃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일곱 차례로 구성된 프로그램

2026년 행복한 청춘학교는 웃음치료와 근력 강화 스트레칭, 나전칠기, 음악 감상과 강연, 옛날 교복 사진 촬영, 영화 관람, 요리교실 등 모두 일곱 차례의 활동으로 구성됐다.

회차일시주요 내용진행 또는 장소
1회차2026년 8월 21일 오후 2시웃음치료강혜진 국제미래강사연구원 교수
2회차2026년 8월 28일 오후 2시근력 강화 스트레칭김금조 송파문화원 강사
3회차2026년 9월 4일 오후 2시나전칠기 교실전윤경 행복울타리위원
4회차2026년 9월 11일 오후 2시관현악 연주와 웰다잉 강연김명국 관내 종교인
5회차2026년 10월 2일 오후 1시옛날 교복 청춘 사진 촬영과 한성백제박물관 관람개인별 사진 앨범 제작
6회차2026년 10월 16일영화 관람과 소통영화관
7회차2026년 10월 30일 오후 2시요리교실진정애 관내 요리 전문 강사

회차마다 몸을 움직이거나 손으로 작품을 만들고, 음악과 영화를 감상하며 대화를 나누는 활동이 배치됐다. 어르신들이 자연스럽게 얼굴을 익히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여러 감각을 활용하는 일정으로 구성한 점이 특징이다.

옛날 교복으로 시작한 가을 소풍

5회차의 주제는 어르신들이 기다려 온 옛날 교복 청춘 사진 촬영이었다. 참가자들은 가락2동주민센터에 모여 과거 고등학생들이 입었던 형태의 교복으로 갈아입은 뒤 오후 1시 30분 한성백제박물관에 집결했다.

검은색 치마 교복과 붉은 머리띠를 갖춘 참가자들, 교련복과 모자를 착용한 참가자들이 짝을 지어 걸음을 옮겼다. 교복 차림의 행렬이 박물관에 들어서자 주변 관람객들도 미소를 보이며 이들을 바라봤다.

가락2동주민센터 이채윤 복지1팀장은 이날 진행 순서와 촬영 일정을 참가자들에게 설명했다. 집안일과 일상의 걱정을 잠시 내려놓고 학창 시절의 소풍처럼 하루를 즐겨 달라는 안내가 이어지자 어르신들은 손뼉을 치며 호응했다.

박물관 로비에 모인 열일곱의 표정

첫 일정은 한성백제박물관 1층 로비에서 진행된 단체 기념사진 촬영이었다. 참가자들은 풍납토성 성벽의 축조 단면을 재현한 전시 벽 앞에 줄을 맞춰 섰다. 빨간 가방과 검은 학생 가방을 들거나 우쿨렐레를 품에 안은 어르신들은 손가락으로 브이 자를 만들며 카메라를 바라봤다.

촬영은 전문 사진작가인 만두작가가 맡았다. 사진작가는 참가자들의 대열과 자세를 조정하고 자연스러운 표정이 나오는 순간마다 셔터를 눌렀다. 단체사진 속 교복과 소품은 각기 달랐지만, 카메라를 향해 웃는 표정에는 오랜만의 나들이를 즐기는 분위기가 고스란히 담겼다.

교복은 단순한 촬영 의상을 넘어 참가자들이 한 시절의 기억을 함께 꺼내는 매개가 됐다. 어르신들은 서로의 복장을 살펴주고 가방과 모자를 고쳐주며 촬영에 참여했다.

조각공원으로 이어진 발걸음

박물관 실내 촬영을 마친 참가자들은 올림픽공원 조각공원 산책로로 이동했다. 단정한 검정 교복과 교련복을 입은 어르신들이 나란히 걷는 모습은 과거 학창 시절의 가을 소풍을 연상시키는 풍경을 만들었다.

산책로 주변의 피크닉 테이블과 돗자리에서 나들이를 즐기던 시민들은 교복 차림의 어르신들을 발견하고 박수와 응원을 보냈다. 어르신들은 처음에는 쑥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손을 흔들어 화답했고, 이내 허리를 펴고 환하게 웃으며 산책을 이어갔다.

참가자들은 모두 3개 조로 나뉘어 조각공원을 걸었다. 각 조에는 가락2동주민센터 직원과 봉사단체 행복울타리 회원 등이 동행해 이동을 돕고 사진을 촬영했다. 참가자들은 소나무 숲과 조각 작품을 배경으로 조별 사진을 남기며 서로의 포즈를 살펴보고 웃음을 나눴다.

서로 다른 개성이 담긴 조별 촬영

교련복을 갖춰 입은 남성 참가자들은 푸른 솔숲과 조각 작품 앞에서 완장을 차고 힘찬 자세를 취했다. 우쿨렐레를 둘러메고 장난스러운 표정을 짓는 참가자가 있는가 하면, 교모를 반듯하게 쓰고 정면을 바라보는 참가자도 있었다. 촬영이 이어질수록 처음의 긴장은 줄고 표정과 자세는 한층 자연스러워졌다.

검은 교복과 흰 깃, 붉은 리본 머리띠를 맞춘 여성 참가자들은 가을 햇살 아래에서 손 인사와 손가락 하트, 브이 자세를 선보였다. 사진작가가 꽃받침 자세를 제안하자 참가자들은 서로 얼굴을 마주 보고 웃음을 터뜨렸다. 조각공원에는 셔터 소리와 참가자들의 웃음이 이어졌다.

조별 촬영 뒤에는 한 명씩 카메라 앞에 서는 개인 맞춤형 촬영이 진행됐다. 사진작가는 야외에 대형 조명 장비인 소프트박스를 설치해 나무 그늘에서도 얼굴과 표정이 선명하게 담기도록 준비했다.

붉은 머리띠와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허리에 손을 얹은 참가자는 조각 작품을 배경으로 당당한 자세를 보였다. 혼자 사진을 찍는 일이 쑥스럽다던 참가자들도 조명이 켜지고 촬영이 시작되자 자신만의 자세를 취했다. 주민센터 직원들도 곁에서 휴대전화로 모습을 기록하며 촬영을 도왔다.

고령 참가자 곁을 지킨 안전 지원

이날 참가자 가운데 최고령자는 1932년생 어르신이었다. 가락2동주민센터 직원들은 야외 일정이 고령 참가자에게 부담이 되지 않도록 이동하는 동안 곁을 지켰다. 쉬어야 할 때는 솔바람이 드는 큰 나무 그늘에 돗자리를 깔고 앉을 자리를 마련했으며, 물을 마시며 휴식을 취하도록 안내했다.

촬영과 산책 사이에는 소풍 분위기를 살린 간식 시간도 마련됐다. 가락2동주민센터는 샌드위치와 전통 떡, 컵 과일, 음료를 준비했다. 참가자들은 돗자리에 둘러앉아 음식을 나누고 촬영 도중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다. 선글라스를 쓴 채 브이 자세를 취하거나 샌드위치를 들고 엄지를 치켜세우는 모습도 이어졌다.

잔디밭에서 펼쳐진 대형 윷놀이

마지막 일정은 잔디밭에서 진행된 단체 대형 윷놀이였다. 참가자들은 촬영 때와 마찬가지로 3개 조로 나뉘어 대결했다. 우승 조를 위한 가락2동주민센터의 선물도 준비돼 시작 전부터 활기가 돌았다.

참가자들이 두 팔로 큰 윷가락을 들어 올려 잔디밭에 던질 때마다 주변에서는 함성과 박수가 나왔다. 윷가락이 떨어진 결과를 확인하며 말을 움직였고, 상대편 말을 잡는 순간에는 웃음과 환호가 한꺼번에 터졌다. 참가자들은 같은 조의 차례를 함께 기다리고 결과에 반응하며 자연스럽게 어울렸다.

사진 촬영으로 시작한 일정은 모두가 참여하는 전통놀이로 마무리되며 개인의 추억을 이웃과 함께하는 경험으로 넓혔다. 잔디밭의 윷놀이는 승패를 가리는 경기이면서 동시에 참가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목소리를 내고 웃는 소통의 시간이었다.

외로움을 덜어낸 이웃의 하루

참가자 이정기 어르신은 혼자 집에서 지낼 때 느꼈던 적적함과 달리, 청춘학교를 통해 교복을 입고 이웃들과 웃을 수 있어 감사하다는 뜻을 전했다. 동네에서 마음을 나누고 안부를 물을 친구가 생겼으며, 이날 촬영한 사진을 보면서 앞으로도 이웃과 정을 나누고 즐겁게 지내고 싶다는 바람도 밝혔다.

행사를 준비한 가락2동주민센터 직원과 행복울타리 봉사자들은 참가자들의 이동과 휴식, 조별 활동을 지원했다. 사진작가는 단체사진부터 조별·개인 사진까지 촬영하며 어르신 한 사람 한 사람의 모습을 기록했다.

이채윤 복지1팀장은 홀로 지내는 주민에게 가장 힘든 점 가운데 하나가 주변에 사람이 없고 마음을 나눌 친구가 없는 외로움이라고 설명했다. 가족과 왕래가 끊기거나 집 밖으로 나오기를 망설이는 이웃이 세상과 다시 연결될 방법을 고민한 끝에 2024년 하하호호 청춘학교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초기에는 참가를 망설이는 주민도 있었지만 청와대와 롯데타워 나들이, 수목원 족욕 체험, 웃음치료 등 여러 활동을 함께하면서 점차 마음을 열었다고 전했다. 회차가 이어지는 동안 참가자들이 동네 친구로 가까워지고, 사업 종료 뒤에도 따로 만나 식사할 만큼 자발적인 관계가 만들어진 사례도 소개했다.

혼자가 아닌 우리를 확인하다

행복한 청춘학교 5회차는 옛날 교복을 입고 사진을 남기는 데 그치지 않았다. 박물관에서 단체사진을 찍고 조각공원을 함께 걸으며, 쉬는 시간에는 음식을 나누고 마지막에는 윷놀이로 한목소리를 냈다. 홀로 보내는 시간이 많았던 주민들이 하루 동안 서로의 곁을 지키며 이웃의 존재를 확인한 것이다.

가락2동이 마련한 이번 프로그램은 생활 가까운 곳에서 주민의 외로움을 살피고 관계 회복을 지원하는 정서적 복지의 현장을 보여줬다. 교복을 입은 어르신들의 환한 표정과 조각공원에 이어진 웃음은 사람을 연결하는 지역 복지의 의미를 분명하게 드러냈다.

행복한 청춘학교는 이후 영화 관람과 소통의 시간, 요리교실로 일정을 이어간다. 참가자들은 함께 보고 만들고 대화하는 과정을 거치며 이웃 관계를 더욱 단단하게 다져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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