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를 지휘하는 서초

인공지능에게 질문하는 단계를 넘어 업무를 맡기고, 여러 인공지능의 역할까지 조정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서초구는 주민들이 이러한 변화를 이해하고 일상에 활용할 수 있도록 2026년 10월 2일 서초구청 2층 대강당에서 ‘2026 AI 미래 주민특강’을 열었다.
‘생성형 AI를 지휘하는 서초구민의 스마트 라이프’를 주제로 진행된 이날 특강에서는 생성형 AI와 AI 에이전트의 차이, 생활 속 활용법, 여러 AI로 구성된 에이전트 팀을 운영하는 방법 등이 소개됐다. 강연장 객석은 주민들로 가득 찼으며, 참석자들은 자료 화면과 설명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원 200명 조기 마감
이번 특강의 공식 교육 인원은 200명이었다. 신청자가 예정된 정원을 넘어서면서 접수가 조기에 마감될 만큼 주민들의 관심이 높았다. 강연 시작 전부터 참석자들이 잇따라 입장했고, 객석 대부분이 채워진 가운데 뒤쪽과 통로에서도 강연을 지켜보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지난해 한 차례 열렸던 AI 주민특강이 주민들의 호응을 얻은 뒤 올해는 세 번째 특강까지 이어졌다. 생성형 AI가 생활과 업무 영역으로 빠르게 들어오면서 주민들의 관심도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구체적인 활용 방법으로 확장된 것으로 나타났다.
서초구는 주민 교육과 함께 공공행정 분야에서 활용되는 AI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점검하기 위한 ‘서초구 인공지능위원회’도 2026년 출범시켰다. AI 활용을 넓히는 동시에 공공영역에서 필요한 기준과 신뢰 기반을 살피려는 취지다.
30년 현장 경험 담은 강연
강연은 윤석빈 서강대학교 AI·SW대학원 특임교수가 맡았다. 윤 교수는 한국IBM 컨설턴트와 한국오라클 부장 등을 거치며 약 30년 동안 IT 현장을 경험했다.
현재 서강대학교 AI·SW대학원 특임교수와 Trust Connector 대표로 활동하고 있으며, 서초구 인공지능위원회 위원과 서초구 신성장 산업 유치 전문자문단 자문위원으로도 참여하고 있다. 저서로는 『AI 네이티브 시대가 온다』와 『AI 오케스트레이터와 슈퍼 1인 기업』 등이 있다.
서초구 스마트도시과가 운영한 이번 특강은 크게 세 가지 내용으로 구성됐다. AI 오케스트레이터의 개념을 이해하고, 생활 속에서 AI 에이전트를 활용하며, 각자에게 필요한 AI 에이전트 팀을 만드는 방법을 알아보는 과정이었다.
대학 대신 AI 과정을 택한 사례
기술 중심의 설명이 이어지던 가운데 윤 교수는 대학 진학 대신 AI 개발자 과정을 선택한 막내아들의 사례를 소개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아들은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6개월 동안 AI 개발자 과정을 배우는 길을 택했다.
가족 모두가 처음부터 찬성한 것은 아니었지만, 무작정 재수 생활을 이어가기보다 관심 있는 분야를 직접 경험하는 길을 선택했다는 설명이다. 해당 과정을 마친 뒤에는 강연 당시 서초구의 한 AI 스타트업에서 인턴으로 현장 경험을 쌓고 있다고 전했다.
이 사례는 정해진 경로를 그대로 따르기보다 자신이 향할 방향을 먼저 결정해야 한다는 이날 강연의 주제와 맞닿아 있었다. AI 네이티브 세대의 진로 선택이 기존의 교육 경로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점도 함께 제시됐다.
속도보다 방향을 정하는 능력
“더 빨리 노를 젓지 말고, 배의 방향을 지휘하라.” 이 문장은 이날 강연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였다.
AI는 글을 빠르게 작성하고 자료를 분석하며 프로그램까지 만들어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이 AI와 작업 속도를 겨루기보다 AI가 어떤 목표를 향해 움직여야 하는지 결정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강연 제목에 AI를 ‘사용한다’는 표현 대신 ‘지휘한다’는 표현이 들어간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람의 역할은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달라진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정하고, AI에 적절한 역할을 부여하며, 나온 결과가 목적에 맞는지 판단하는 책임은 사람에게 남는다.
스마트폰을 보는 사람과 학습하는 AI
윤 교수는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걷는 사람들과 책을 펼쳐 놓은 로봇을 대비한 그림을 제시했다. 화면에는 사람들이 스마트폰에 빠져 있는 동안 기계는 학습하고 있다는 의미의 영문 문장이 함께 표시됐다.
이는 AI가 실제 사람처럼 책상에 앉아 공부한다는 뜻이 아니라, 사람들이 기술을 소비하는 동안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더 많은 일을 수행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장면이다.
이 대목에서 질문은 다시 사람을 향했다. AI가 계속 발전하는 시대에 사람은 무엇을 배우고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라는 문제다. 결론은 AI보다 더 많은 정보를 외우는 사람이 되는 데 있지 않았다. AI에 어떤 일을 맡길지 판단하고, 목표와 방향을 분명하게 설정할 수 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실행력이 커질수록 중요한 의도
강연 화면에는 “지능이 공짜인 세상에서, 당신의 의도는 무엇입니까?”라는 질문도 등장했다. 윤 교수는 농업혁명과 산업혁명, 정보혁명을 거쳐 에이전틱 AI 시대로 진입하면서 인간이 담당해 온 인지와 판단, 실행의 일부가 AI로 분리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서 더욱 중요해지는 개념은 ‘의도’다. AI의 실행 능력이 높아질수록 사람은 ‘어떻게 할 것인가’를 묻기 전에 ‘무엇을 왜 할 것인가’를 명확히 정해야 한다.
AI가 답을 빠르게 만들어도 그 답이 필요한 이유와 활용 방향까지 대신 정해 주는 것은 아니다. 목표를 설정하고 결과를 선택하는 과정에는 사람의 판단이 필요하다는 점이 강조됐다.
챗봇을 넘어 일하는 에이전트로
많은 사람은 생성형 AI를 질문을 입력하고 답을 받는 챗봇 형태로 사용해 왔다. 그러나 이날 강연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한 핵심 개념은 ‘AI 에이전트’였다.
강연 내용을 쉽게 구분하면 챗봇은 질문에 답하는 AI이고, 에이전트는 맡겨진 일을 수행하는 AI다.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여러 AI에 각기 다른 역할을 나눠 주고 전체 과정을 조정하는 사람이 AI 오케스트레이터다.
AI 활용의 발전 과정은 수동 작성에서 어시스턴트 활용, 대화형 생성, 바이브 코딩, 에이전트 위임, 자율 실행으로 이어지는 단계로 설명됐다. 단순히 답변을 받는 수준을 넘어 AI에 업무를 나누고 결과를 조정하는 방향으로 활용 방식이 발전하고 있다는 의미다.
좋은 결과를 만드는 다섯 기준
AI에 일을 맡길 때 필요한 기준으로는 역할, 목표, 상황, 형식, 확인 등 다섯 가지가 제시됐다. 요청을 구체적으로 작성할수록 AI가 만들어내는 결과 역시 사용자의 목적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 역할 AI가 어떤 전문가처럼 대응해야 하는지 정한다.
- 목표 최종적으로 필요한 결과가 무엇인지 밝힌다.
- 상황 대상과 일정, 조건 등 필요한 배경을 제공한다.
- 형식 표나 목록 등 원하는 결과물의 형태를 지정한다.
- 확인 불확실한 내용은 별도로 표시하거나 검증하도록 요청한다.
예를 들어 “강릉 여행 일정을 짜 달라”는 요청보다 70대 부모님과 떠나는 1박 2일 여행이라는 상황, 하루 5천 보 이내의 이동 조건, 부드러운 한식 중심의 식사, 시간대별 표라는 형식을 함께 제시하면 결과가 더욱 구체적으로 달라질 수 있다. 확실하지 않은 정보에는 ‘확인 필요’라고 표시하도록 요청하는 방식도 소개됐다.
같은 AI를 사용하더라도 지시의 구체성과 명확성이 결과물의 품질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한 번의 질문으로 끝내지 않기
AI가 처음 내놓은 답변이 기대와 다르다고 해서 활용을 중단할 필요는 없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좋은 결과는 완벽한 질문 한 번보다 지시, 결과, 피드백, 개선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질 수 있다.
어려운 표현이 많다면 더 쉬운 말로 다시 쓰도록 요청할 수 있다. 내용이 길다면 핵심을 세 가지로 줄이도록 하고, 비교가 필요하면 표로 바꾸도록 지시할 수 있다. 반대 의견이나 근거, 출처를 함께 요청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이러한 후속 요청은 처음 나온 답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목적에 맞게 다듬는 과정이다. AI의 답을 검토하고 수정 방향을 지시하는 사람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설명과도 연결된다.
사진 한 장으로 시작하는 AI
타이핑이 익숙하지 않은 주민을 위한 현실적인 활용법도 제시됐다. 긴 문장을 직접 입력하기 어렵다면 고지서나 안내문, 외국어 메뉴판, 가전제품 설명서 등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해 AI에 올린 뒤 내용을 물어보는 방식이다.
사진을 바탕으로 무슨 내용인지 설명해 달라고 요청하거나, 이용자가 해야 할 일만 추려 달라고 물을 수 있다. 복잡한 프롬프트를 작성하지 않아도 사진을 찍고 올린 뒤 질문하는 순서로 AI 활용을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디지털 기기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시니어에게는 긴 문장을 입력하는 방식보다 접근하기 쉬운 입문법으로 제시됐다.
시니어의 경험도 중요한 자산
AI가 글을 쓰고 자료를 분석한다고 해서 사람이 오랜 기간 축적한 경험의 가치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강조됐다. 일을 많이 경험한 사람은 어떤 업무를 맡겨야 하는지 알고, 결과에서 빠진 내용을 발견하며, 무엇을 다시 확인해야 하는지 판단할 수 있다.
강연에서는 오랜 보험사 경력을 지닌 퇴직자가 현장에서 겪은 문제와 경험을 토대로 AI를 활용해 업무 시스템을 만든 사례가 소개됐다. 해당 사례는 현업 경험이 AI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토대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시니어의 경험은 낡은 지식이 아니라 AI에 정확한 일을 맡기고 결과를 검토할 수 있는 분야 지식과 판단력으로 기능할 수 있다.
한 사람이 이끄는 AI 팀
강연 후반부에는 여러 AI에 서로 다른 역할을 부여하는 방법이 소개됐다. 가족여행을 준비할 경우 조사 역할을 맡은 AI는 후보지와 교통편을 찾고, 기획 역할의 AI는 여행 일정을 구성할 수 있다.
예산 분석 역할은 비용을 비교하고, 검토 역할은 무리한 이동이나 오류가 없는지 살핀다. 사람은 각 AI가 만든 내용을 종합해 마지막 판단과 선택을 담당한다.
| 구성 | 담당 업무 |
|---|---|
| 리서처 | 후보지와 교통 조사 |
| 기획자 | 전체 일정 구성 |
| 예산 분석가 | 필요 비용 비교 |
| 검토관 | 이동 동선과 오류 점검 |
| 사람 | 결과 판단과 최종 선택 |
각 AI가 팀원처럼 역할을 수행한다면 사람은 전체 목표와 방향을 조정하는 지휘자가 된다. 이것이 강연에서 말한 AI 오케스트레이터의 구체적인 활용 모습이다.
강연 뒤에도 이어진 질문
예정된 강연이 끝난 뒤에도 참석자들은 곧바로 자리를 뜨지 않았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는 주민들의 질문이 계속됐고 답변도 상당 시간 이어졌다.
질문의 초점은 AI가 얼마나 신기한 기술인지에 머물지 않았다. 자신의 생활과 업무에 AI를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사용해야 하는지에 관심이 모였다.
공식 모집 정원 200명이 조기에 마감되고 강연이 끝난 뒤에도 질의응답이 이어진 현장은 서초구민들의 높은 AI 학습 열기를 보여줬다. 주민들의 관심이 개념 이해에서 실제 활용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도 확인됐다.
배운 AI에서 체험하는 AI로
서초구는 2026년 10월 17일 서초문화예술공원에서 ‘2026 서초 AI 페스타’를 개최할 예정이다. AI 미래 주민특강과 서초 AI 페스타는 모두 서초구 스마트도시과가 담당하는 AI 사업이다.
두 행사가 공식적인 하나의 연속 과정으로 편성된 것은 아니지만, 주민특강이 AI와 에이전트의 개념 및 활용 방법을 배우는 자리였다면 AI 페스타는 관련 기술을 직접 보고 체험하는 행사로 구성된다.
행사 체험공간은 특화존, 교육존, 기술체험존, 창작존, 건강관리존, 열린정책존 등 모두 여섯 개다. 각 체험존의 영어 명칭 첫 글자를 순서대로 연결하면 ‘SEOCHO’가 된다.
| 구역 | 구성 |
|---|---|
| S | Special Zone 특화존 |
| E | Education Zone 교육존 |
| O | On Tech Zone 기술체험존 |
| C | Create Zone 창작존 |
| H | Healthcare Zone 건강관리존 |
| O | Open Zone 열린정책존 |
현장에는 60개가 넘는 AI 체험 프로그램과 10종 이상의 로봇 체험을 비롯해 피지컬 AI 로봇 퍼포먼스, AI 시네마, AI 노마드존 등이 마련될 예정이다. 서초문화예술공원 곳곳에는 체험존과 로봇존, 메인무대, AI 노마드존 등이 배치될 계획이다.
최종 방향은 사람이 정한다
이번 주민특강은 AI의 흐름과 AI 에이전트의 개념을 주민 눈높이에서 이해하는 자리였다. 질문에 답하는 챗봇을 넘어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에이전트, 여러 에이전트를 조정하는 오케스트레이터까지 AI 활용의 변화가 단계적으로 제시됐다.
생활 속 활용법도 구체적이었다. 역할과 목표, 상황, 형식, 확인 기준을 분명하게 제시하고, 첫 답변에서 멈추지 않은 채 피드백과 개선을 반복하는 방법이 소개됐다. 긴 글을 입력하기 어렵다면 사진 한 장으로 시작할 수 있으며, 오랜 현장 경험도 AI를 지휘하는 중요한 자산이 될 수 있다는 점이 강조됐다.
AI 활용의 핵심은 단순히 무엇을 물을 것인지에만 있지 않다. 어떤 일을 맡길지, 어떤 역할을 부여할지, 여러 결과 가운데 무엇을 선택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AI가 답을 내놓더라도 목적을 세우고 방향을 정하는 일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다. 서초구의 이번 주민특강은 빠르게 변하는 AI 시대에 주민들이 기술의 단순한 사용자를 넘어 판단하고 조정하는 주체로 나아가는 데 필요한 기준을 제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