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화나무 아래 황학동 잔치

회화나무에서 시작된 마을축제
2026년 10월 17일, 서울 중구 황학동에서 제16회 회화나무제가 열렸다. 황학동의 수호목으로 여겨지는 회화나무를 중심으로 주민의 평안과 무병장수, 지역 발전과 이웃 사랑을 기원하는 마을축제다.
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전통 제례는 황학사거리의 커다란 회화나무 아래에서 진행됐다. 나무 앞에는 음식이 정갈하게 놓였고, 주민의 안녕을 바라는 뜻이 담긴 문구도 걸렸다. 오랜 시간 마을을 지켜본 나무와 주민 공동체의 의미를 함께 되새기는 자리였다.
회화나무제는 전통 제례에 머물지 않고 플리마켓과 체험, 상담, 먹거리, 경품 추첨을 한자리에 구성해 여러 세대가 함께 즐기는 주민축제로 펼쳐졌다.
주민센터 앞을 채운 체험 공간
황학동 주민센터 앞과 인접한 주차장에는 다양한 체험 부스가 줄지어 들어섰다. 평소 행정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민센터가 이날만큼은 주민들이 한데 모여 쉬고 교류하는 축제 공간으로 바뀌었다. 주민센터 1층은 평소 작은도서관으로 운영되는 곳이며, 4층에는 강당이 마련돼 있다.
야외에서는 닭꼬치 판매와 함께 동대문중앙교회의 팝콘 나눔이 진행됐다. 꽃을 활용한 책갈피 만들기와 캘리그라피 미니 손거울 제작도 마련됐다. 원하는 글귀를 손글씨로 표현해 손거울로 완성하는 방식이어서 생활용품과 글씨 체험을 자연스럽게 연결했다.
재활용 관련 OX 퀴즈 세 문제를 푼 뒤 룰렛을 돌려 경품을 받는 환경 체험 부스도 운영됐다. 참가자들은 문제를 통해 재활용 정보를 확인하고 키링 등 준비된 물품을 받았다. 놀이와 퀴즈를 결합해 자원 순환의 의미를 쉽게 전달한 프로그램이었다.
종이나라 협찬과 종이문화재단 후원으로 마련된 부스에서는 알록달록한 색종이를 접어 키캡을 만드는 체험이 진행됐다. 종이를 접고 형태를 완성하는 과정에 어린이와 가족 단위 방문객의 관심이 이어졌다.
주거복지 상담 부스도 운영됐다. 축제 현장에서 주민들이 생활과 밀접한 복지 정보를 접할 수 있도록 한 구성이다. 중구 1인가구지원센터는 센터를 알리는 행사도 진행했다.
퍼스널컬러 진단은 시간대별 현장 예약 방식으로 운영됐다. 개인에게 어울리는 색을 살펴보려는 주민들이 차례를 기다렸고, 캐리커처 부스에도 대기 줄이 이어졌다. 체험마다 성격이 달라 방문객들은 관심 분야에 따라 축제장을 둘러봤다.
작은도서관에 펼쳐진 플리마켓
주민센터 1층 작은도서관 공간에서는 플리마켓이 열렸다. 판매 품목은 옷과 목도리, 속옷, 양말을 비롯해 텀블러, 주방용품, 그릇, 식품, 아기 장난감과 인형까지 다양했다. 일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물품부터 어린이를 위한 제품까지 폭넓게 마련됐다.
지역 어린이집과 상인회 등도 플리마켓에 참여했다. 판매 수익금은 연말에 어려운 이웃을 돕는 데 사용될 예정이라고 소개됐다. 주민이 물품을 사고파는 활동이 이웃을 위한 나눔으로 이어지도록 구성한 점이 특징이다.
지역 구성원이 직접 참여하고 그 결실을 어려운 이웃과 나누는 플리마켓은 회화나무제가 지향하는 공동체의 의미를 분명하게 보여줬다.
세대가 함께한 먹거리와 쿠킹클래스
주민센터 4층은 먹거리 공간으로 운영됐다. 행사장을 찾은 어르신들이 자리를 함께했고, 김치전 등 친숙한 음식이 준비됐다. 한쪽에서는 자녀를 동반한 가족을 대상으로 쿠킹클래스가 진행됐다.
어린이를 위한 만들기와 가족 체험, 어르신이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먹거리, 생활 상담과 주민 참여형 장터가 한 건물과 야외 공간에 고르게 배치됐다. 연령이 달라도 각자 관심 있는 프로그램을 찾을 수 있도록 꾸려진 셈이다.
박수와 웃음이 이어진 경품 추첨
오후 2시에는 주민센터 4층에서 경품 추첨이 진행됐다. 준비된 경품은 전기모기채 10개, 비타민 한 상자 1개, 양산 20개, 참기름·들기름 세트 5개, 한국도자기 면기 세트 2개, 라면 포트 10개, 쌀보리 2개였다.
이와 함께 원할머니보쌈 5만 원권 4개, 보메청담 점심 코스 2인 이용권 5개, 해피콜 궁중팬 10개, 닌자 파워블렌더 프로 1개도 추첨 품목에 포함됐다. 번호가 하나씩 호명될 때마다 당첨자뿐 아니라 주변 주민들도 함께 박수를 보냈다.
행사장에서는 서로 알아보고 반갑게 인사하는 주민들의 모습이 이어졌다. 진행자는 밝고 유쾌한 분위기 속에서 추첨을 이끌었다. 대형 행사장에서 낯선 방문객들이 스쳐 가는 풍경과 달리, 이웃이 서로의 당첨을 축하하는 가까운 마을잔치의 정서가 자연스럽게 드러났다.
전통과 생활이 만난 회화나무제
제16회 황학동 회화나무제는 마을의 평안과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전통 제례를 중심에 두고 주민 생활과 맞닿은 프로그램을 폭넓게 선보였다. 체험 부스와 플리마켓, 복지 상담, 먹거리, 가족 프로그램, 경품 추첨이 이어지며 주민센터 안팎을 활기 있게 채웠다.
어린이는 종이접기와 꽃 책갈피 만들기 등 체험을 즐기고, 가족은 쿠킹클래스에 참여했으며, 어르신들은 먹거리 공간에서 이웃과 시간을 나눴다. 주민들은 플리마켓과 상담 부스를 둘러보고 경품 추첨을 함께 지켜봤다.
오랜 마을의 상징인 회화나무 아래에서 시작된 축제는 전통을 기억하는 일과 오늘의 이웃을 연결하는 일이 서로 떨어져 있지 않다는 점을 보여줬다. 규모의 화려함보다 주민의 참여와 관계가 중심에 놓였고, 황학동이라는 생활권 안에서 세대가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장면이 이어졌다.
같은 날 중구에서는 동화동 가을동화축제와 신당5동 백학축제도 열렸다. 가을동화축제는 어린이 체험을 중심으로 한 가족축제의 성격을 보였고, 백학축제는 주민 공연과 어린이 플리마켓 등 참여형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여러 동네가 각자의 특색을 살린 축제를 같은 날 개최하면서 중구 곳곳에 주민 교류의 장이 마련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