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 역사가 된 하루

2026년 10월 31일 오전 10시, 서울 송파구 풍납백제문화공원에 초등학교 5·6학년 학생들이 모였다. 교과서를 읽는 방식에서 벗어나 백제의 흔적이 남은 현장을 살펴보고, 보물찾기와 전통시장 장보기를 통해 역사를 익히는 체험학습에 참여하기 위해서였다.
이날 행사는 송파구가 마련한 ‘하하호호 청소년 관광 체험학습’의 초등학교 5·6학년 대상 프로그램으로 진행됐다. 풍납백제문화공원 탐방을 시작으로 경당공원 보물찾기, 풍납시장 장보기 미션, 결과 발표와 시상까지 이어졌다. 학생들이 지역의 역사와 생활 공간을 직접 연결해 보는 일정이었다.
풍납백제문화공원에서 확인한 생활 흔적
첫 일정은 풍납백제문화공원 탐방이었다. 학생들은 인솔 교사의 설명을 들으며 공원에 남아 있는 백제의 집터와 유물, 유구를 차례로 살펴봤다.
유구는 옛사람들이 생활했던 집터와 건물터, 도로처럼 땅속이나 지표에 남은 흔적을 뜻한다. 학생들은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는 흔적을 바라보며 오래전 백제 사람들이 어떤 공간에서 살았고, 어떤 도구를 사용했을지 떠올렸다.
풍납동토성은 백제 한성도읍기의 중요한 유적이다. 발굴조사를 통해 왕궁 관련 시설로 추정되는 건물터를 비롯해 일반 주거지와 도로, 배수로 등 여러 흔적이 확인됐다. 현재 주변에는 아파트와 주택이 자리하고 있지만, 그 아래와 곳곳에는 백제 시대 도시 생활을 보여주는 흔적이 겹겹이 남아 있다.
교과서에서 글과 그림으로 접했던 내용이 실제 장소와 이어지자 학생들의 시선도 유적과 설명에 집중됐다. 눈앞의 집터와 생활 흔적은 먼 과거의 역사를 현재의 공간에서 이해하도록 돕는 자료가 됐다.
경당공원에서 이어진 보물찾기
역사 탐방을 마친 학생들은 경당공원으로 이동해 조별 보물찾기에 나섰다. 각 조가 찾아야 할 보물은 네 개였다. 학생들은 나무 주변과 공원 곳곳을 살피며 숨겨진 보물을 찾았다.
조원들은 각자 확인한 장소를 공유하고 다음에 살펴볼 곳을 의논했다. 공원 안에서는 보물을 찾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는 학생들의 움직임이 이어졌고, 역사 탐방 때와는 또 다른 활기가 나타났다.
보물찾기는 놀이에만 머물지 않았다. 같은 목표를 두고 친구들과 역할을 나누고 함께 움직이는 조별 활동으로 진행됐다. 역사 현장을 둘러본 뒤 몸을 움직이는 과정이 더해지면서 학생들은 밝은 표정으로 일정에 참여했다.
풍납시장에서 수행한 장보기 미션
다음 무대는 풍납시장이었다. 학생들은 이날 배운 역사와 관련된 주제 상품을 직접 찾아 구매하는 장보기 미션을 수행했다. 시장 안을 둘러보며 간식을 구입해 먹는 시간도 가졌다.
이번 장보기는 미리 정해진 물건을 그대로 찾는 방식이 아니었다. 학생들은 공원에서 배운 백제 역사와 연결할 수 있는 상품이 무엇인지 스스로 생각해야 했다. 신선한 먹거리와 생활용품 등 다양한 상품을 살펴본 뒤, 각 조의 판단에 따라 물건을 골랐다.
전통시장은 이날 학생들에게 생활 속 배움터가 됐다. 상품을 관찰하고 역사적 주제와의 공통점을 찾아낸 뒤 직접 구매하는 과정이 이어졌다. 교실에서 익힌 지식을 일상적인 물건과 연결하는 경험이었다.
문어에서 발견한 칠지도
모든 체험을 마친 학생들은 다시 공원에 모여 장보기 결과를 발표했다. 각 조는 풍납시장에서 어떤 물건을 선택했는지 밝히고, 그 상품을 이날의 역사 주제와 어떻게 연결했는지 설명했다.
조마다 서로 다른 선택과 설명이 나왔다. 그 가운데 문어를 구입한 조가 특히 눈길을 끌었다. 이 조는 손질해 말린 문어의 모양이 백제 유물인 칠지도와 닮았다는 점에 주목했다.
학생들은 시장에서 발견한 문어의 형태를 역사 시간에 접한 칠지도의 모습과 연결했다. 정해진 답을 찾는 데 그치지 않고 주변 사물의 생김새에서 역사적 상징을 찾아낸 것이다. 해당 조는 주제 미션을 가장 잘 수행한 팀으로 선정돼 1등을 차지했다.
발표 현장에서는 각 조가 고른 물건과 그 이유가 차례로 소개됐다. 학생들의 서로 다른 관찰과 발상이 드러나면서 장보기 체험에서 얻은 결과가 함께 공유됐다.
역사와 독서가 만난 공원
이날 풍납백제문화공원에서는 ‘공원에서 책 읽기’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됐다. 역사 체험학습에 참여한 학생들과 독서를 위해 공원을 찾은 시민들이 한 공간에 머물면서 공원은 평소보다 활기를 띠었다.
한쪽에서는 학생들이 백제 역사를 배우기 위해 움직였고, 다른 한쪽에서는 시민들이 책장을 넘기며 독서 시간을 보냈다. 역사 탐방과 놀이, 독서와 휴식이 같은 장소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모습이었다.
풍납백제문화공원은 이날 산책과 휴식의 공간을 넘어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접하는 현장으로 활용됐다. 학생들은 유적을 관찰했고 시민들은 책을 읽으며 각자의 방식으로 공원에 머물렀다.
현장에서 완성된 역사 수업
초등학교 5학년 2학기부터 역사 내용을 본격적으로 배우는 학생들에게 이번 일정은 교과서 속 내용을 실제 장소에서 확인하는 기회가 됐다. 백제 사람들이 살았던 집터를 살피고, 경당공원에서 보물을 찾은 뒤, 풍납시장에서 역사와 연결되는 상품을 선택하는 순서로 체험이 진행됐다.
두 시간 남짓 이어진 프로그램의 중심에는 ‘직접 보고 생각하고 연결하는 역사 학습’이 있었다. 학생들은 풍납동에 남은 백제의 흔적을 관찰하고, 조별 활동을 통해 의견을 나누며, 시장의 물건에서 역사적 특징을 찾아냈다.
풍납백제문화공원과 경당공원, 풍납시장을 차례로 잇는 일정은 지역의 유적과 공공 공간, 전통시장을 하나의 학습 과정으로 연결했다. 학생들의 발걸음이 이어진 현장에서는 백제의 생활 흔적을 살펴보는 진지함과 보물을 찾는 활기, 장보기 결과를 발표하는 즐거움이 차례로 나타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