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전통 발달장애인 축제, 그라나다 한마당

24년 전통 발달장애인 축제, 그라나다 한마당
지난 9월 19일 토요일 오전 10시, 서울 강서구 가양동 늘푸른나무복지관과 허준근린공원 놀이터 인근은 활기찬 목소리와 웃음소리로 가득 찼다. 발달장애인들이 지역주민을 초대해 함께 만드는 마을 행사인 제24회 그라나다 한마당이 개최된 것이다.
2000년 처음 시작된 ‘그라나다 축제’는 ‘그라나다 축제&장애인 예술제’, ‘그라나다 장터’를 거쳐 2023년부터 현재의 ‘그라나다 한마당’이라는 이름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라나다(Granada)’는 스페인어로 석류를 뜻하며, 많은 씨앗을 품은 석류처럼 장애인과 비장애인, 지역주민이 촘촘하게 어우러져 소통하고 사랑을 나누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특히 올해 행사는 24년이라는 긴 역사뿐 아니라, 발달장애인 당사자가 축제의 주체로 직접 참여하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과거에는 직원들이 중심이 되어 행사를 기획하고 준비했으나, 현재는 발달장애인들이 기획 단계부터 참여하고, 직원과 지역주민 대표 등이 함께 추진위원단을 구성해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행사 당일 아침부터 복지관 안팎은 분주했다. 직원들과 발달장애인들은 행사에 필요한 물품을 옮기고 체험공간을 꾸미며 판매할 물건을 정리하는 등 손님맞이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이른 아침 8시부터는 자원봉사자들을 위한 행사 안내와 브리핑이 진행되었으며, 이날 ‘고려대학교 95학번’ 동기회 회원들이 봉사자로 참여해 후원금을 전달하고 감사장을 받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이번 행사에서는 기존 유관 단체 중심의 참여를 넘어 봉사단체와 동문회 등 일반 주민단체의 참여가 확대되어 지역사회의 폭넓은 관심과 협력이 돋보였다. 한 자원봉사자는 “동기들이 모여 의미 있는 봉사를 하게 되어 기쁘다”며 “누군가는 후원금을, 누군가는 물품을, 또 누군가는 직접 봉사활동을 하며 다양한 방식으로 참여하는 기회가 소중하다”고 말했다.
특히 20여 년 전 봉사자로 시작해 지금은 자녀들과 함께 행사에 참여한 한 가족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충남 논산에서 온 이 가족은 아버지가 20여 년 전부터 이어온 봉사활동을 자녀들에게 보여주고 싶어 함께 행사장을 찾았다. 중학교 2학년 아들은 “힘들지만 재미있고, 아빠가 힘들었겠다는 생각도 든다”며 “내년에도 또 오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봉사의 인연이 세대를 넘어 이어지고 있었다.
행사장에는 어린이들도 많이 참여해 발달장애인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다양한 체험과 놀이 부스를 즐겼다. 장애인 공감, 문화·놀이 체험, 플리마켓, 먹거리, 환경실천 캠페인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발달장애인과 봉사자, 복지관 직원들이 함께 주민들을 맞았다. 이 자리에서는 누가 손님이고 누가 주인인지 구분할 필요 없이 모두가 함께 축제를 완성했다.
또한 행사장 인근에서 열린 ‘구암허준 마을축제’ 무대에 발달장애인들이 올라 ‘난타’와 ‘줌바댄스’ 공연을 선보여 많은 관객의 뜨거운 박수와 격려를 받았다. 이처럼 발달장애인들이 마을축제의 무대에 서서 자신의 끼와 실력을 마음껏 발휘하는 특별한 순간이 연출되었다.
발달장애인들이 주체가 되어 만든 ‘그라나다 한마당’은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따뜻한 소통의 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들의 초대에 마음을 열고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축제의 의미는 완성된다. 올해 참여하지 못한 이들은 내년 ‘그라나다 한마당’에 가족과 함께 방문해 따뜻한 축제의 현장을 경험해보길 권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