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공원이 도서관으로

송파의 가을 공원이 책과 놀이, 문화 체험을 함께 즐기는 야외 도서관으로 변신했다. 올해로 3년째를 맞은 ‘공원에서 만난 도서관’은 위례호수공원과 아시아공원, 풍납백제문화공원에서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되는 독서문화 행사다.
도서관이라는 익숙한 공간을 공원으로 확장해 주민들이 일상 가까이에서 책을 접하도록 한 것이 행사의 핵심이다. 책을 읽는 데 그치지 않고 어린이 놀이와 만들기 체험, 이웃 간의 소통, 음악이 어우러져 누구나 편안하게 머물 수 있는 가을 문화 공간을 마련했다.
가을빛 속에 펼쳐진 야외 도서관
행사가 열린 아시아공원은 지하철 2호선과 9호선 종합운동장역 1번·2번 출구에서 바로 이어진다. 가을이 깊어질수록 공원 초입부터 나무와 산책길이 짙고 다채로운 빛으로 물들어 계절의 풍경을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당초 행사는 2026년 10월 18일과 19일에 열릴 예정이었지만 돌풍을 동반한 비 예보에 따라 10월 19일과 20일로 일정이 변경됐다. 바뀐 일정에도 행사장은 공원을 산책하거나 오가던 주민들의 발길을 자연스럽게 이끌었다.
양떼구름이 펼쳐진 하늘 아래 가을빛을 머금기 시작한 공원에는 선선한 날씨와 평일 오후의 여유가 감돌았다. 야외 곳곳에 책과 휴식 공간이 배치되면서 평소 산책로였던 공원은 잠시 책장을 넘기며 머무는 열린 도서관이 됐다.
행사장에는 가을 분위기가 담긴 도서를 배경으로 사진을 남길 수 있는 포토존도 설치됐다. 책과 계절 풍경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방문객들이 독서와 산책을 함께 즐길 수 있도록 구성됐다.
한 시간 동안 책에 머무는 책멍존
책멍존은 ‘잠시, 책에 머물다’라는 슬로건 아래 한 시간 동안 온전히 독서에 집중하는 공간으로 운영됐다. 휴대전화와 일상의 소음에서 잠시 벗어나 책 한 권에 집중하도록 마련된 프로그램이다.
책멍 프로그램은 일반적으로 사전 예약제로 진행되지만, 비 예보로 취소된 일정을 보완하기 위해 행사 당일에는 오전 11시 프로그램 외에도 현장을 찾은 방문객이 원하는 시간에 참여할 수 있도록 운영됐다.
같은 공간에서 여러 사람이 조용히 책장을 넘기는 모습은 공원에서도 충분히 깊이 있는 독서가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줬다. 한 시간 동안 프로그램에 참여한 방문객에게는 ‘Read More’ 문구가 새겨진 기념 배지와 스트레스 해소용 키캡, 내용물을 미리 알 수 없도록 포장한 블라인드 북 한 권이 제공됐다.
행사장은 책을 읽는 사람과 하늘을 바라보는 사람, 가을 풍경 속에서 휴식을 취하는 사람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다. 여기에 공원에 울려 퍼진 피아노 선율이 더해지며 야외 독서 공간의 차분한 분위기를 살렸다.
온 세대가 즐긴 키즈존
키즈존에는 물고기 낚시 놀이와 대형 메모리카드 게임, 빅 블록 쌓기가 마련됐다. 어린이들은 손으로 직접 도구를 움직이고 기억력과 집중력을 활용하는 놀이를 즐겼다. 여러 세대의 방문객도 놀이 시설을 살펴보며 잠시 동심을 떠올릴 수 있었다.
특히 낚시 놀이는 단순해 보이지만 물고기를 잡기 위해 손의 움직임을 세밀하게 조절해야 해 참여자들의 집중을 끌어냈다. 대형 메모리카드와 빅 블록 역시 어린이들이 몸을 움직이고 함께 놀이를 이어갈 수 있는 체험 요소로 활용됐다.
책 중심의 행사에 어린이 놀이 공간을 더하면서 가족 단위 방문객도 부담 없이 행사장에 머물 수 있었다. 아이들은 놀이와 만들기를 경험하고, 보호자들은 가까운 자리에서 독서와 휴식을 즐길 수 있도록 공간이 구성됐다.
손으로 완성하는 체험존
체험존에서는 비즈 끈 책갈피와 선캐처 만들기가 진행됐다. 책갈피는 행사에서 접한 독서 경험을 일상으로 이어갈 수 있는 실용적인 결과물이었고, 선캐처는 빛을 활용해 공간에 색을 더하는 만들기 체험이었다.
체험을 기다리는 방문객들은 주변의 빈백에서 쉬거나 다른 프로그램을 살펴봤다. 참가자들은 재료를 고르고 직접 손을 움직여 각자의 책갈피와 선캐처를 완성했다. 완성품을 바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독서 행사와 만들기 활동의 연관성도 분명했다.
여러 코너를 한곳에 모은 체험존은 단순히 행사를 관람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방문객이 직접 참여하도록 이끌었다. 공원이라는 개방된 장소에서 책과 공예 활동을 함께 경험하게 한 점도 눈에 띄었다.
이웃의 생각을 잇는 책수다존
책수다존에는 방문객이 이날의 느낌을 자유롭게 적은 뒤 메시망에 걸어 이웃과 공유하는 공간이 마련됐다. 누군가 남긴 짧은 문장을 다른 사람이 읽으며 서로의 감정과 생각을 간접적으로 나누는 방식이다.
한 사람의 기록이 메시망에 더해질 때마다 공간에는 방문객들의 다양한 목소리가 차곡차곡 쌓였다. 책을 혼자 읽는 활동에 머무르지 않고 독서와 행사에 대한 느낌을 이웃과 공유하도록 한 소통형 프로그램이었다.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코너들은 방문객이 행사장을 천천히 둘러보게 했다. 독서와 놀이, 기록이 서로 분리되지 않고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지면서 야외 도서관의 성격을 더욱 뚜렷하게 나타냈다.
책으로 마음을 돌보는 마음세탁소
마음세탁소에서는 참여자가 의뢰서를 작성해 제출한 뒤 뽑기 기계에서 하나를 선택할 수 있었다. 뽑기 결과물 안에는 마음을 돌보는 데 참고할 추천 도서가 적혀 있었다.
마음을 세탁한다는 친숙한 표현을 독서와 연결해 자신의 감정을 돌아보고 책을 추천받도록 만든 체험이다. 방문객들은 어떤 책이 나올지 기다리는 재미와 함께 새로운 도서를 만날 기회를 얻었다.
마음세탁소 옆에는 세 종류의 피켓 가운데 하나를 골라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도 마련됐다. 참여자가 체험의 기억을 사진으로 남길 수 있도록 했으며, 현장에서는 연필도 제공됐다.
책을 지식 전달 수단에만 머물게 하지 않고 마음을 살피는 매개로 풀어낸 구성이 행사에 친근함을 더했다. 추천 도서를 뽑는 과정은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어렵지 않게 참여할 수 있도록 간단하고 흥미롭게 진행됐다.
주민 일상 가까이 다가온 독서문화
아시아공원 행사에는 책멍존과 키즈존, 체험존, 책수다존, 마음세탁소, 포토존 등 다양한 공간이 함께 운영됐다. 각 프로그램은 독서를 중심에 두면서도 놀이와 공예, 기록, 휴식을 연결해 방문객의 참여 폭을 넓혔다.
인근 주민 가운데에는 집 가까운 곳에서 행사가 열리는 사실을 미리 알았다면 오전부터 찾았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나타낸 이도 있었다. 공원에서 만나는 도서관이 더 자주 열리기를 바란다는 의견도 나왔다.
송파구청 교육협력과와 송파구 구립도서관, 송파문화재단 관계자들은 행사가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힘을 보탰다. 주민이 생활권 안에서 책과 문화를 만날 수 있도록 공공기관과 지역 문화기관이 함께 마련한 자리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아시아공원에서 확인된 모습은 분명했다. 공원에 책과 참여 프로그램을 더하자 산책하던 주민이 독자가 되고, 어린이 놀이 공간은 가족이 머무는 문화 공간으로 확장됐다. 도서관이 주민의 일상 가까이 다가갈수록 독서 역시 특별한 일정이 아닌 생활 속 경험이 될 수 있다.
부렴마을 가을음악회
2026년 10월 29일 목요일 오후 3시부터 6시까지는 아시아공원 원형극장에서 ‘부렴마을 가을음악회’가 열린다. 가을 공원을 배경으로 공연과 여러 체험을 함께 즐길 수 있도록 준비된 행사다.
현장에는 도서 나눔과 키링·책갈피 만들기, 볼펜 꾸미기 체험이 마련된다. 잠실청소년센터가 운영하는 에어 양궁과 미니게임, 이동식 재활용 정거장 등도 함께 진행될 예정이다.
다채로운 공연과 체험 부스가 한 공간에 마련돼 독서문화 행사에 이어 가을철 지역 문화 활동을 즐길 수 있다. 경품권 추첨도 예정돼 있다.
풍납백제문화공원으로 이어지는 책 산책
‘공원에서 만난 도서관’은 2026년 10월 30일 금요일과 31일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풍납백제문화공원에서 이어진다. 위례호수공원과 아시아공원에서 펼쳐진 야외 독서문화가 풍납백제문화공원으로 자리를 옮기는 일정이다.
공원에서 책을 읽고, 체험하며, 이웃과 생각을 나누는 행사는 도서관의 경계를 생활 공간까지 넓힌다. 깊어가는 가을 풍경과 함께 책을 만날 수 있다는 점도 ‘공원에서 만난 도서관’만의 특징이다.
책멍과 하늘멍, 가을멍이 한자리에서 이어지는 공원은 주민을 위한 열린 문화 공간이 된다. 송파의 공원에서 이어지는 이번 행사는 책 한 권과 잠시 머물 여유만으로도 누구나 독서문화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