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묻는 나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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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묻는 나는 누구인가

인간과 기술의 관계를 60여 년 동안 탐구해 온 린 허쉬만 리슨의 작품 세계가 서울에서 펼쳐진다. 서울시립미술관은 2026년 10월 21일부터 2027년 2월 21일까지 서소문본관 2층과 3층에서 《린 허쉬만 리슨: 나의 [나]들》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미국의 미디어 아티스트이자 영화감독인 린 허쉬만 리슨의 아시아 최초 미술관 개인전이다. 회화와 사진, 조각에서 영상, 영화, 미디어 설치, 아카이브, 인공지능과 유전공학을 다룬 작업까지 총 200여 점을 선보인다. 서울시립미술관이 2026년 전시 의제로 제시한 ‘기술’에 맞춰 작가의 오랜 예술적 실천을 조명한다.

전시 기본 정보

전시명《린 허쉬만 리슨: 나의 [나]들》
전시 기간2026년 10월 21일 수요일부터 2027년 2월 21일 일요일까지
전시 장소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2층과 3층
전시 작가린 허쉬만 리슨
전시 규모회화, 사진, 조각, 미디어 설치, 영상, 영화, 아카이브 등 200여 점
관람료무료
예약별도 예약 없이 관람
작품 해설매일 오후 3시

관람객은 전시장에 들어서며 한 작가가 새로운 기술의 출현을 어떻게 예술적 질문으로 바꾸어 왔는지 순서대로 살펴볼 수 있다. 초기 회화와 조각에서 출발한 전시는 인터랙티브 미디어와 인공지능, 생명공학으로 범위를 넓히며 기술에 따라 달라지는 인간의 정체성을 짚는다.

기술 속에서 복제되는 자아

린 허쉬만 리슨은 비디오와 레이저디스크부터 인터넷, 인공지능, 유전공학에 이르기까지 시대마다 등장한 새로운 기술을 예술 매체로 실험해 왔다. 가상의 인물로 살아가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관람객이 직접 이야기의 흐름을 고르는 작품을 제작하며 기술과 인간의 경험이 맞닿는 지점을 탐구했다.

전시 제목인 ‘나의 나들’은 기술 환경 안에서 복제되고 다시 구성되는 자아를 가리킨다. 사회관계망 속에서 드러나는 모습과 인공지능을 상대로 나누는 대화처럼 기술은 한 사람의 정체성을 여러 모습으로 나눈다. 전시는 ‘나는 누구이며 나의 경계는 어디까지인가’라는 질문을 작품 전반에 걸쳐 제시한다.

카멜레온의 고백

첫 번째 섹션 ‘카멜레온의 고백’은 1960년대와 1970년대 초기 작업을 중심으로 작가의 정체성 실험이 어디에서 시작됐는지 보여준다. 유년기의 기억과 개인적 경험이 반영된 회화, 드로잉, 조각 등 40여 점이 소개된다.

〈엑스레이 맨〉은 1970년 제작된 작품으로 나무 위에 아크릴릭과 연필, 레트라셋, 플렉시글라스를 사용했다. 크기는 105.5×75cm다. 1968년 작품 〈숨쉬는 기계 III〉는 왁스 캐스트와 인조 모발, 금실, 나무, 센서, 테이프 레코더, 사운드로 구성됐으며 크기는 42×42×25cm다. 두 작품은 하르트비히 미술 재단 소장품으로 네덜란드 문화유산청과 국가 소장품에 기증될 예정이다.

페르소나 만들기

두 번째 섹션 ‘페르소나 만들기’는 개인의 정체성이 사회적 관계 안에서 만들어지고 수행되는 과정을 탐구한다. 대표작인 〈로베르타 브라이트모어〉 시리즈를 비롯해 〈세 명의 가상 비평가〉와 〈히어로 샌드위치〉 시리즈가 전시된다.

1975년 작품 〈로베르타 구성 차트 1〉은 66×45.7cm 크기의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다. 1980년부터 1988년까지 제작된 〈롤랜즈 보가트〉는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에 아크릴릭을 사용했으며 크기는 35.6×27.9cm다. 전시장에서는 한 인물이 만들어지고 사회적 관계 속에서 작동하는 과정이 여러 기록과 이미지로 이어진다.

살과 기계

세 번째 섹션 ‘살과 기계’는 기술과 신체가 결합할 때 인간의 몸과 정체성의 경계가 어떻게 확장되는지를 살펴본다. 사진 콜라주인 〈팬텀 림〉 시리즈와 텔레로보틱 인형 작업 〈틸리〉, 〈사이버로베르타〉가 주요 작품으로 소개된다. 디지털 이미지 편집을 통해 인간과 로봇이 결합한 여성의 모습을 상상한 〈사이보그〉 시리즈도 만날 수 있다.

〈유혹〉은 1985년에 제작된 82.2×110.8cm 크기의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다. 〈사이버로베르타〉는 1996년과 2026년에 걸쳐 제작된 텔레로보틱 인형 작품이다. 카메라와 전용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밍을 적용한 인형과 아크릴 진열장 안의 LCD 화면, 거울로 구성됐으며 크기는 25.5×50.8×50.8cm다.

스크린이 관람객에게 응답하다

네 번째 섹션 ‘스크린, 응답하다’에서는 비디오와 인터랙티브 미디어를 통해 관람객의 참여에 반응하는 작품을 소개한다. 스크린은 이미지를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장치에 머물지 않는다. 관람객의 감각과 인식, 행동에 영향을 주는 하나의 공간으로 확장된다.

대표적인 인터랙티브 미디어 작품 〈로나〉와 〈딥 컨택트〉가 전시되며, 작가가 자신의 모습을 영상으로 기록한 〈전자일기〉 시리즈도 공개된다. 〈로나〉는 1979년부터 1984년까지 제작된 단채널 디지털 비디오 설치다. CRT 모니터와 DVD 플레이어, TV 캐비닛, 테이블, 의자, 거울, 어항, 의류, 지갑, 신발, 시계, 전화기, 잡지 등 다양한 사물로 구성된다.

〈린 허쉬만 리슨의 전자일기 2: 폭식〉은 1984년부터 2019년까지 이어진 작업으로, 상영 시간은 9분 9초다. 관람객은 스크린 앞에 머무는 수동적 감상자가 아니라 작품의 흐름과 반응을 만들어 내는 참여자가 된다.

데이터가 사랑이 될 때

다섯 번째 섹션 ‘데이터가 사랑이 될 때’는 데이터와 네트워크, 인공지능이 인간의 감정과 욕망, 관계 안으로 들어오는 방식을 다룬다. 인공지능 에이전트와 가상 인물의 상호작용을 보여주는 〈에이전트 루비〉와 영화 〈테크노러스트〉를 통해 기술이 인간과 교감하고 관계를 맺는 존재로 확장되는 모습을 살펴본다.

〈에이전트 루비〉는 1998년부터 2002년까지 진행된 웹 프로젝트로 가변 설치 작품이다.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이 소장하고 있으며 비트폼스 갤러리, 폴 앵글림 갤러리와 작가가 기증했다. 2022년 작품 〈논리는 심장을 마비시킨다〉는 컬러와 사운드로 구성된 13분 53초 분량의 단채널 비디오다. 이 섹션은 기술 시대의 사랑과 친밀함이 어떤 모습으로 달라지는지 질문한다.

편집된 미래

마지막 섹션 ‘편집된 미래’는 유전공학과 생명공학을 통해 인간의 유전 정보와 생명 연장, 미래를 새롭게 설계하려는 시도를 다룬다. 〈8번 방〉과 생명과학자들의 인터뷰 영상은 생명과학이 인간의 생물학적 정체성을 편집하는 단계에 이른 상황을 보여준다.

〈유전자변형 동물, 작물, 실험실 무한 동력〉은 2010년부터 2019년까지 제작된 가변 설치 작품으로, 벽지에 디지털 프린트를 적용했다. 2025년 작품 〈자화상〉은 디아본드에 UV 프린트를 사용했으며 크기는 53.3×61cm다. 기술이 인간과 생명의 의미를 어떻게 바꾸는지가 전시의 마지막 질문으로 남는다.

한국어로 만나는 인터랙티브 작품

전시는 모두 여섯 개 섹션으로 구성된다. 〈로나〉와 〈딥 컨택트〉, 〈에이전트 루비〉 등 주요 인터랙티브 작품에는 한국어 자막과 서비스가 처음 제공된다. 관람객은 언어의 장벽을 낮춘 환경에서 작품의 선택 구조와 반응 방식을 경험할 수 있다.

초기 작품에서 시작해 인공지능과 유전공학을 다룬 최근 작업까지 이동하면 작가가 기술을 단순한 도구로 사용한 것이 아니라 정체성, 신체, 관계, 생명이라는 주제를 파고드는 매체로 활용했다는 흐름이 드러난다.

영화로 이어지는 작품 세계

이번 전시는 미디어 아티스트뿐 아니라 영화감독으로서 린 허쉬만 리슨의 작업도 함께 조명한다. 서울아트시네마와 협력한 장편영화 상영 프로그램 〈새롭게 발견된 여성들〉은 2026년 11월부터 2027년 1월까지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운영된다.

작가의 장편영화 세 편을 총 12회 상영한다. 〈여성 예술 혁명: 감춰진 역사〉는 여성 예술가들의 미술사적 성취를 다시 살펴보는 다큐멘터리다. 〈에이다 러브레이스〉는 과거의 인물을 현재로 불러오는 시간 여행 영화이며, 〈테크노러스트〉는 인간과 인공지능의 관계를 탐구하는 공상과학 영화다.

2026년 11월 4일 수요일〈에이다 러브레이스〉
2026년 11월 8일 일요일〈테크노러스트〉
2026년 11월 21일 토요일〈여성 예술 혁명: 감춰진 역사〉
2026년 11월 25일 수요일〈에이다 러브레이스〉
2026년 12월 3일 목요일〈테크노러스트〉
2026년 12월 9일 수요일〈여성 예술 혁명: 감춰진 역사〉
2026년 12월 17일 목요일〈테크노러스트〉
2026년 12월 20일 일요일〈에이다 러브레이스〉
2026년 12월 27일 일요일〈여성 예술 혁명: 감춰진 역사〉
2027년 1월3회 상영 예정

상영 기간에는 국내 영화 관계자와 비평가가 참여하는 관객과의 대화도 열릴 예정이다. 전시에서 다룬 예술적 실천이 영화라는 매체 안에서 어떻게 이어지는지 살펴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전시 연계 강연

전시를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성인 대상 강연은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세마홀에서 열린다. 일정은 2026년 11월 4일 수요일과 12월 4일 금요일이며, 시간은 오후 2시부터 3시 30분까지다.

  1. 1회차에서는 김상욱 경희대학교 이과대학 물리학과 교수가 린 허쉬만 리슨의 〈에이다 러브레이스〉를 통해 컴퓨터 과학사를 살펴본다.
  2. 2회차에서는 송은주 성균관대학교 AI언어대학원 초빙교수가 포스트휴머니즘의 관점에서 인간과 기계의 관계를 다룬다.

두 강연은 작가의 예술적 실천과 주요 작품을 서로 다른 관점에서 검토하며 전시의 기술적·인문학적 맥락을 이해하도록 구성됐다.

정체성을 표현하는 워크숍

대학생과 성인을 대상으로 한 참여형 워크숍 〈나의 다른 얼굴들〉도 마련된다. 1차는 2026년 11월 12일 목요일부터 13일 금요일까지, 2차는 11월 27일 금요일부터 28일 토요일까지 진행된다. 운영 시간은 오후 1시 30분부터 4시 30분까지다.

장소는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전시실과 3층 SeMA L이다. 참가자는 정체성과 페르소나를 향한 작가의 탐구를 살펴보고, 현대문학의 표현 방식을 거쳐 내면의 여러 얼굴을 글쓰기와 퍼포먼스로 표현한다.

인터랙티브 작품 제작 토크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토크 일정은 추후 공지된다. 미디어 작가팀 서울익스프레스와 함께 〈로나〉와 〈에이전트 루비〉의 한국어 동기화 작업 과정을 살펴보고, 그 과정에서 새롭게 이해한 작품의 의미를 공유하는 자리다.

무료 관람과 작품 해설

《린 허쉬만 리슨: 나의 [나]들》은 예약 없이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매일 오후 3시에는 작품 해설이 진행되며 전시도슨팅 앱을 통한 감상도 가능하다.

회화와 조각으로 시작된 전시는 관람객에게 반응하는 스크린, 관계를 맺는 인공지능, 생명을 편집하는 기술로 이어진다.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의 여섯 전시 구역을 따라가면 기술과 함께 달라져 온 인간의 몸과 감정, 정체성에 관한 질문을 한자리에서 마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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